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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천만 영화 눈앞 '부산행'…이유 있는 질주

송고시간2016-08-0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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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영화 공식…'재미·의미' 두 마리 토끼 잡았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영화 '부산행'이 올해 첫 천만 영화 타이틀을 거머쥘 것으로 보인다. 부산행은 할리우드 영화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좀비 영화를 한국형으로 변주해 흥행시켰다는 점에서 한국영화 소재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도 좀비 영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형 상업영화로 제작된 것은 부산행이 처음이다. 더구나 애니메이션을 연출하던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첫 실사 영화여서 영화계 안팎에서는 흥행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러나 이런 우려를 기우로 만들고 천만 행으로 달려가고 있는 부산행의 흥행 비결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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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찬일 영화평론가는 7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부산행은 최근 몇 년간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한국영화들의 공통적인 흥행 코드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벌 3세의 범죄 행각을 베테랑 형사가 단죄하는 내용을 그려 지난해 천만 고지에 오른 '베테랑'처럼 오락영화로서의 재미와 함께 사회적 메시지도 담았다는 설명이다. 전 평론가는 "과거 한국의 오락영화들은 재미를 추구하는 데 방점을 뒀지만, 요즘은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흥행에 성공한다"고 말했다.

부산행은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산행 KTX에 올라 사투를 벌이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그렸다. 도대체 바이러스가 어디서, 왜, 어떻게 나왔는지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곧바로 재난 상황에 돌입하며 극의 종착역을 향해 속도감 있게 내달린다.

그런데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영화의 주 무대인 열차 객실과 열차 밖 재난 대처 상황이 우리 사회의 축소판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딸과 아내를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공유)와 남편(마동석)의 모습부터, 저만 살겠다고 다른 사람을 좀비의 희생양으로 밀어내는 악역(김의성)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켜 이야기의 결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었다.

특히 배우 마동석은 임신한 아내를 지키려고 좀비 무리를 맨주먹으로 때려잡으며 새로운 영웅 캐릭터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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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좀비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정부의 모습은 현실을 반영한 듯해 기시감마저 들게 한다. 정부는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데도 "잘 대처하고 있으니 안심하고 가만히 있으라"는 대국민 메시지만 반복한다.

이 영화의 배급을 맡은 배급사 뉴(NEW)의 관계자는 "개봉 초기에는 주로 젊은이들이 극장을 찾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가족 영화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가족 단위 관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등에서는 '좀비 영화인데, 왜 눈물이 나지?'와 같은 평이 많다. 여름철 극장가를 겨냥한 오싹한 좀비물에 그친 게 아니라 부성애와 같은 보편적 감성을 앞세워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부산행의 또 다른 성공 요인으로는 좀비를 그럴듯하게 구현한 점이 꼽힌다. 한국형 좀비에 반신반의하던 관객들도 막상 화면에서 좀비의 모습을 확인한 뒤에는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 처음 등장하는 좀비 역을 맡아 강렬한 첫인상을 남긴 배우 심은경의 공이 컸다.

부산행의 순 제작비는 85억원 선. 할리우드 좀비영화의 제작비와 비교하면 저예산 영화 축에 속한다. 하지만 좀비들의 실감 나는 분장과 관절이 꺾이는 듯한 생동감 넘치는 움직임은 할리우드 영화와 견줘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단역배우들이 소화해낸 좀비들은 마치 물량공세를 퍼붓듯 대부분 떼거리로 등장하지만, 한명 한명의 분장과 동작에도 세심한 신경을 쓴 흔적이 엿보인다.

일각에선 부산행이 영화 '곡성'의 덕을 봤다는 분석도 한다. 지난 5월 개봉해 690만명의 관객을 모은 '곡성'에서 이미 좀비 캐릭터가 등장했기에 좀비에 대한 관객들의 생소함과 거부감이 덜했다는 것이다

부산행이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섹션에 초청돼 호평을 받은 점도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이며 흥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공식 개봉(7월 20일)에 앞서 7월 15일부터 사흘간 전국의 극장에서 대규모 유료 시사회를 진행한 것도 관객을 끌어모으는 데 일조했다. 이는 유료 시사회를 통해 '영화가 볼만하다'는 입소문이 퍼지길 바라는 배급사의 마케팅 전략에 따른 것이지만, '꼼수' 혹은 '변칙 개봉'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영화가 천만 관객을 동원한 것은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여름 성수기 때 변칙 개봉과 스크린 독점으로 관객들을 끌어모아 다른 '작은 영화'들에게 피해를 준 것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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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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