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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전조 스토킹]④ 내 영혼을 파괴한 그 인간, 10월부터는 처벌받는다

송고시간2021-05-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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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스토킹을 하다가 적발될 경우 최대 징역 5년 이하의 처벌을 받도록 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법안 최초 발의 후 22년 만인 지난 3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금까지 가벼운 범죄로 취급되던 스토킹이 오는 10월부터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지금껏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고도 보호받지 못했던 이들이 오는 10월 9일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에는 어떤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사법 당국은 가해자에 어떤 처벌을 내릴 수 있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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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스토킹처벌법 시행…벌금 10만원 불과했던 스토킹 처벌, 최대 '징역 5년'

가해자 '100m 이내 접근금지'·경찰 신변보호도 받을 수 있게 돼

"고소 취하하라" 협박하면 다른 법률까지 적용해 '가중처벌'도 가능

살인의 전조 스토킹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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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AEVWm18DpHo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본회의 통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 본회의 통과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지난 3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의결되고 있다. 2021.3.24 toadboy@yna.co.kr

(서울=연합뉴스) 탐사보도팀 = 스토킹을 하다가 적발될 경우 최대 징역 5년 이하의 처벌을 받도록 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이 법안 최초 발의 후 22년 만인 지난 3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가벼운 범죄로 취급되던 스토킹이 오는 10월부터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스토킹처벌법이 좀 더 일찍 국회에서 통과됐다면 그동안 스토킹으로 인해 벌어졌던 여러 살인 사건을 막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이 법이 통과되기 하루 전인 3월 23일 서울 노원구에서 3개월간 한 여성을 스토킹하던 김태현이 여성의 집에 침입해 여성뿐 아니라 그 어머니와 여동생 등 일가족을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 중이었다면 김태현은 살인을 벌이기 전에 이미 수사 대상이 돼 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지금껏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고도 보호받지 못했던 이들이 오는 10월 9일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에는 어떤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사법 당국은 가해자에 어떤 처벌을 내릴 수 있는지 실제 사례를 통해 알아본다.

현행 경범죄처벌법상 스토킹 처벌 기준
현행 경범죄처벌법상 스토킹 처벌 기준

[제작 정유민 인턴기자]

◇ "수개월째 모르는 남성이 집 주변을 배회하며 저를 주시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택근무를 하는 회사원 A씨는 수개월 전부터 한 남성이 자신의 집 주변을 배회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집 밖에 나가면 주변을 서성거리는 남성이 눈에 띄었다. 외출 후 집에 돌아와 현관문의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를 때면 남성이 멀찌감치서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다. A씨는 바깥에도 잘 나가지 못한 채 긴장 속에 살아야 했다.

경찰에 신고해 남성의 인상착의 등을 설명했지만 소용없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남성이 실제로 문제를 일으켜 현행범으로 체포하지 않는 이상 조치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했다.

오는 10월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면 경찰은 이 남성에 대해 실질적인 조치를 할 수 있게 된다. 현행범이 아니더라도 C씨로부터 100m 이내 접근할 수 없도록 긴급조치를 할 수 있게 된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 동거인, 가족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스토킹 행위로 규정했다.

구체적으로는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말·영상 등을 보내는 행위 ▲직접 또는 제삼자를 통해 물건을 보내거나, 주거지나 인근에 물건을 두는 행위 ▲주거지나 인근에 있는 물건을 훼손하는 행위 등이다.

이러한 스토킹 행위에 대한 신고가 있는 경우 경찰은 피해자에 대한 100m 이내 접근금지 등 '긴급응급조치'를 한 뒤 지방법원 판사의 사후승인을 청구할 수 있다.

A씨 사건의 경우 기존 법률의 협박죄, 공갈죄, 주거침입죄 등으로 처벌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지켜보기, 서성이기 등의 스토킹 행위가 강력범죄로 이어지지 못하도록 예방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스토킹처벌법이 10월부터 시행되면 경찰은 피해자 접근금지 등 긴급조치를 할 수 있게 된다.

김상균 법무법인 태율 변호사는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하거나, 이후에도 같은 스토킹 행위가 반복되는 경우 이러한 긴급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하나의 강신업 변호사는 "이 남성의 경우 반복적으로 물리적 스토킹을 벌이고 있어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폐쇄회로(CC)TV 영상 채증을 통해 흉기를 들고 있었던 사실이 밝혀지거나, 과거 비슷한 범죄 이력이 밝혀진다면 긴급조치는 물론 처벌까지 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스토킹
스토킹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몇 년째 스토킹에 시달려 신고하고 싶은데 보복이 두렵습니다"

20대 여성 B씨는 알고 지내던 남성으로부터 수년간 지속적인 스토킹을 당했다. 일하는 회사까지 찾아온 남성에게 B씨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자 "네가 나를 신고할 수 있겠느냐"며 되레 더욱 집요하게 스토킹했다.

이때부터는 "경찰에 신고하면 가만두지 않겠다", "신고하겠다고 한 것을 사과하면 스토킹을 그만두겠다" 등 협박과 강요를 일삼았다. B씨는 스토킹이 경범죄로 취급돼 벌금 10만원이 가장 무거운 처벌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 남성의 보복이 두려워 결국 신고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10월에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면 이 남성은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

스토킹처벌법은 가해자가 스토킹 행위를 지속적이거나 반복적으로 할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스토킹에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 벌금까지 가능하다.

강신업 변호사는 "B씨 사건의 경우 스토킹처벌법에 형법의 협박죄까지 더해져 처벌 수위가 높게 나올 수 있다"며 "전과가 없다고 해도 스토킹 행태나 횟수, 시간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을 때 징역형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스토킹처벌법이 '반의사불벌죄'라는 점을 악용해 피해자를 협박한다면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한다. 가해자가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 등 협박을 일삼는다면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는 얘기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스토커가 피해자에게 고소를 못 하게 하는 것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보복범죄' 조항으로 가중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고소·고발 등에 대해 보복을 하거나, 고소·고발을 취소하게 하거나, 거짓 진술하게 하는 경우 '보복범죄'로 규정한다. B씨를 스토킹한 남성처럼 피해자가 신고하지 못하도록 협박했다면 이 법률에 따라 협박죄와 별개로 1년 이상 징역에 처할 수 있다.

김상균 변호사는 "스토킹처벌법 신고로 처벌이 누적된다면 처음에는 벌금형이 나왔다고 해도 점차 형벌의 강도가 세지고, 결국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게 된다"며 "스토킹을 멈추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신고를 통해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누적시키는 것이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CG)
경찰의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CG)

[연합뉴스TV 제공]

◇ "스토킹을 당해 신변보호를 요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2015년 7월 27일 아침 대구에 살던 40대 여성 김모 씨는 평소처럼 통근버스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집에서 불과 10m 떨어진 골목길에서 목 부위 등을 흉기로 찔려 숨졌다.

범인은 평소 알고 지내던 김 씨를 두 달 전부터 스토킹한 40대 남성이었다. 그는 김 씨가 출근하는 길의 바닥에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하트를 그려놓기도 했다. 심지어 감금과 폭행까지 저질렀다.

하지만 생명의 위협을 느낀 피해자가 수차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매일 다니던 출근길에서 변을 당하고야 말았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토킹 범죄를 경찰에 신고하면 '왜 이런 걸 가지고 신고하냐', '이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 등의 반응이 많았다"며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면 이러한 수사기관의 인식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토킹이 경범죄로 다뤄지던 지금까지는 그 피해자의 신변보호 요청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웠다. 그러나 스토킹처벌법 시행으로 스토킹이 형사처벌 대상이 되면 피해자의 신변보호 요청 또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신변보호 여부는 스토킹 피해자가 경찰서에 신변보호요청서를 제출하면 경찰이 심사 후 결정한다. 긴급 상황이라면 전화로도 신청할 수 있다. 신변보호 조치로는 ▲경찰에 보호 대상자의 위치를 알려주는 '스마트워치' 지급 ▲피해자 자택 주변에 폐쇄회로(CC)TV 설치 ▲신변경호 ▲가해자에 대한 경고 ▲보호시설 제공 등이 있다.

피해자가 스토킹 가해자로부터 당한 정신적 피해를 입증하는 문자 메시지와 통화 내역, 경찰 신고 확인서를 갖고 있다면 스토킹처벌법 적용과 별개로 법원에 '민사상 접근금지 가처분'도 청구할 수 있다.

이 청구가 승인되면 전화나 문자 금지뿐 아니라 반경 몇 m 내 접근 금지 등이 이뤄진다. 이를 위반하면 현행법으로 체포할 수 있고, 1회당 일정 금액의 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

신민영 법무법인 예현 변호사는 "스토킹 피해자들은 강력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는 점에서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수준에 준해 경찰에 조치 의무를 부여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경찰이 적절하게 조치하지 않을 경우 소명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fortu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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