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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끌어올리는 유가에 스태그플레이션 공포…"韓도 가능성"

송고시간2016-10-31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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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2년3개월만에 전년比 상승…기저효과 사라져 물가 상승압력

OPEC 회의 [연합뉴스TV 제공]

OPEC 회의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국제유가가 이번 달 들어 2년 3개월 만에 전년동기 대비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전 세계 물가를 끌어올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오히려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한국경제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7사태와 현대차 장기 파업으로 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물가마저 들썩이기 시작하면 전망이 더욱 암울해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유가 50달러 시대[연합뉴스 자료사진]
국제유가 50달러 시대[연합뉴스 자료사진]

◇ 국제유가 2년 3개월 만에 전년동기 대비 상승 반전

31일 국제원유시장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이번 달 평균 국제유가는 전년 동기 대비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달 들어 27일까지 브렌트유 근월물 평균 가격은 배럴당 51.64달러, 두바이유 현물 평균 가격은 배럴당 49.08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 7% 올랐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근월물은 배럴당 50.17달러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8% 올랐다.

브렌트유와 두바이유 가격이 월간 기준 전년동기 대비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2014년 7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브렌트유는 전년동기 대비 1%, 두바이유는 2% 각각 상승했었다.

WTI는 지난 8월 전년동기 대비 4%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9월에는 다시 하락했다가 10월에 다시 오름세를 탔다. WTI는 2014년 6월 전년동기 대비 10% 상승세를 마지막으로 7월부터 2년 1개월간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행진을 한 바 있다.

국제유가는 2014년 여름까지만 하더라도 배럴당 100달러대였으나 이후 폭락하기 시작해 작년 1월 40달러대로 떨어졌다. 이후 배럴당 50∼60달러대를 오가다가 작년 8월에 다시 40달러대로 내려앉더니 올해 초에는 20달러대까지 추락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2014년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의 부상에 시장점유율을 지키겠다며 산유량 상한을 없애고 생산확대로 대응하면서 치킨게임이 시작된 여파였다.

하지만 OPEC이 지난달 말 8년 만에 감산에 합의하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50달러대에 안착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론 내달 OPEC 정례회의에서 최종 감산합의에 이를지는 미지수다. 지난 28~29일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 회원국이 국별 감축량을 구체화하고자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났지만 이란과 이라크의 반대로 이행방안에 합의하지 못해서다.

그럼에도 지난 5월 이후 월평균 유가가 40달러선에서 강한 지지선을 형성하며 45달러 안팎에서 횡보했다는 점, 향후 6개월간 비교시기가 될 전년 동월 유가가 40달러를 밑돈 달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유가가 당분간 전년 동기 대비로는 오를 공산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바레인의 오일펌프[AP=연합뉴스 자료사진]
바레인의 오일펌프[AP=연합뉴스 자료사진]

◇ 유가 오르면 바로 뛰는 물가…고개 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국제유가의 상승은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을 통해 큰 시차 없이 물가에 반영된다.

생산원료로도 널리 사용되기 때문에 생산시간 시차를 두고는 제품가격에도 반영된다.

실제로 우리나라 시중에 팔리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이달 둘째 주부터 3주 연속 전주대비 상승했다. 휘발유의 주유소 판매가격은 무연보통 기준 이달 첫째 주 ℓ당 1천406.74원에서 넷째 주 ℓ당 1천425.17원으로 ℓ당 1.3%, 20원 가까이 올랐다.

지난달 한국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1.2% 상승해, 7개월 만에 최고로 뛰면서 5개월 만에 1%대 상승률을 회복했다. 폭염에 출하량이 줄어든 농·축·수산물 가격이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이며 물가상승을 견인했다.

지난달만 해도 저유가가 물가상승 폭을 제한하는 효과를 낸 것으로 풀이됐지만, 이번 달 이후에는 국제유가가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로 돌아서면서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바레인의 석유노동자들[AP=연합뉴스 자료사진]
바레인의 석유노동자들[AP=연합뉴스 자료사진]

물가 끌어올리는 유가에 스태그플레이션 공포…"韓도 가능성" - 2

물가상승 조짐은 전 세계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9월 생산자물가는 4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0.1% 상승했다. 작년 8월 5.9%까지 하락했던 생산자물가는 올해 들어 낙폭을 줄이더니 2012년 1월(0.7%) 이래 처음으로 지난달 상승한 것이다.

이런 상승 전환은 원자재가격 회복과 통화완화에 따른 내수 안정화 덕택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생산자물가와 수출가격이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고려하면, 생산자물가 상승전환은 유럽이나 미국 등 중국산 제품을 대거 수입하는 국가들의 디플레이션 압박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소비자물가는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0.3%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4분기 0.8%를 거쳐 내년에는 1%대 상승률을 회복할 것이며, 미국은 올해 3분기 1.1%, 4분기 1.6%를 거쳐 내년에는 2%대 상승할 것으로 경제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올해까지 전년 동기 대비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일본 소비자물가도 내년에는 상승세로 반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저성장 속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 서브프라임모기지 가격 급락에 베팅해 널리 이름을 알린 헤지펀드 매니저 카일 배스는 지난 19일 미국 CNBC 방송에 출연해 "내년 미국 경제는 물가가 상승하는 가운데 경제성장은 지체돼 스태그플레이션적인 환경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임금은 오르고, 집세도 뛰는데 원자재가격도 오르고 있다"고 최근 물가 상승세를 설명하면서 "이런 환경에서는 투자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해이먼 자산운용 창립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인 그는 투자자들에게 특히 장기채권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조언했다. 물가상승은 채권금리를 오르게 해 채권가격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대체로 경기가 좋으면 물가가 상승하고 경기가 나쁘면 물가가 떨어지는 게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일반적이지만, 1973년 제1차 석유파동 이후 국제유가가 치솟자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면서, 생산과 고용이 급격히 떨어졌는데도 물가는 급격히 상승하는 새로운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침체를 의미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성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불리게 됐다. 저성장 속 고물가 상태를 말한다.

◇ 韓 4분기 마이너스 성장 우려 속 "유가 계속 뛰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올해 4분기 마이너스 성장까지 우려되는 한국경제도 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경제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한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경제는 조선·해운업 등 취약업종 구조조정 속에 삼성전자의 갤노트7 단종, 현대차 장기 파업, 청탁금지법 시행까지 겹치면서 4분기에 전 분기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갤노트7 사태로 삼성전자 영업익 하락[AP=연합뉴스 자료사진]
갤노트7 사태로 삼성전자 영업익 하락[AP=연합뉴스 자료사진]

올해 3분기에 전 분기보다 0.7% 성장하는 데 그치면서 4분기째 0%대 저성장을 한 데 이어 마이너스 성장을 한다면 큰 충격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3분기에 이미 삼성 갤노트 7 리콜과 자동차업계 파업으로 제조업이 7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1.0%)을 기록한 바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4분기 한국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고, 현대경제연구원은 4분기에 0%대 성장률이 예상되지만,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은 4분기 성장률을 0%대 초반으로 추정했다.

이 와중에 한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5개월 만에 전년동기 대비 1%대 상승률을 회복했고, 이달 들어 국제유가가 전년 동기 대비 상승세로 반전해 기저효과가 사라지면 상승 폭을 확대할 전망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세가 속도를 내면 한국경제도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 원 경제연구실장은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한국경제는 4분기 0%대 초반 성장할 가능성이 크지만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때까지 급격히 상승할 경우 한국경제도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국제유가는 휘발유 가격을 통해 거의 시차 없이 (국내)유가에 반영된다"면서 "글로벌 경제가 생산성이 떨어진 가운데, 고용을 늘려 그나마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해왔는데 이제는 거의 완전고용상태에 이르러 고용을 확대할 수 없게 되면 임금상승압력이 발생해 물가가 치솟으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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