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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20년간 허용하던 지하상가 점포권리금 전면 금지

송고시간2017-06-12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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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양도·양수 금지 조례 입법예고…지하상가 점포 2천788곳 영향권에

상인들 강력 반발…"권리금 못받고 위약금까지 물며 나갈판"

서울광장 지하상가의 모습
서울광장 지하상가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서울시가 을지로·명동·강남·영등포 등 25개 구역 지하상가 상점 2천700여 곳의 임차권 양수·양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서울시가 관리하는 지하상가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들이 권리금을 받고 다른 상인에게 가게를 넘기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상인들은 20년간 임차권 양도를 허용해오다 갑작스럽게 금지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주 임차권 양도 허용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지하도상가 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조례 개정 이유로는 "임차권 양수·양도 허용 조항이 불법권리금을 발생시키고, 사회적 형평성에 배치된다는 시의회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례로 임차권리 양도를 허용하는 것은 법령 위반이라는 행정자치부의 유권해석이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달 말까지 조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시의회 의결을 거쳐 지하상가 임차권 양도를 금지할 계획이다.

이 조치의 영향권에 놓이는 서울의 지하상가는 총 25곳. 점포 수만 2천788개다.

지하상가는 1970∼1980년대 지하철 개통, 방공대피시설 설치와 함께 지하통로가 생기면서 형성돼 4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지하상가가 '쇼핑 1번지'로 꼽히던 시기인 1990년대에는 종로4가 혼수상가, 회현 중고 LP·오디오 상가, 을지로 사무용품·인쇄상가 등 지역적 특색에 맞춰 점포들이 '군락'을 이뤘고, 지금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도심 상권의 중심이 강남으로 옮겨간 이후에는 강남역·반포 고속버스터미널 인근 지하상가가 성업하고 있다.

지하상가 대부분은 민간이 도로 하부를 개발해 조성한 상가를 장기간 운영한 뒤 서울시에 되돌려주는 기부채납 형태로 생겼다.

서울시는 1996년 지하상가가 반환되자 1998년 임차권 양도 허용 조항이 포함된 지하상가 관리 조례를 제정했다.

이후 임차권 양도·양수가 지난 20년간 이뤄져 왔기에 지하상가 상인들은 서울시 조치가 갑작스럽다는 반응이다.

중고 LP가게로 유명한 회현 지하도상가
중고 LP가게로 유명한 회현 지하도상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을지로 지하상가에서 맞춤옷 가게를 운영하는 문재을(55) 사장은 "2010년 영업을 시작할 때 시설비 4천만원을 들여 가게를 꾸몄다"며 "사정이 생겨 영업을 그만두더라도 같은 업종에서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최소 시설비·철거비 정도는 권리금으로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리금을 무조건 근절해야 할 '웃돈'으로 봐선 안 된다는 얘기다.

문 사장은 "현재 지하상가 임대차 계약을 5년 단위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양도를 금지한다면 가게를 5년 안에 접는 상인들은 권리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위약금까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지하상가 점포의 손바뀜은 대부분 기존 상인의 임대차 계약 양도를 통해 일어났다. 잘 되는 가게의 경우 이 과정에서 권리금이 오갔다.

임대차 양도가 금지되면 점포가 빌 경우 서울시가 회수해 경쟁입찰을 통해 새 주인을 찾게 된다. 서울시는 지난 2011년 최고가를 적어내는 곳에 지하상가 점포를 임대하는 경쟁입찰제를 시작했다.

을지로 지하상가에서 20년간 사무기기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임모씨는 "권리금 없이 경쟁입찰을 하면 임대료가 낮아질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며 "롯데가 을지로 지하상가, 신세계가 회현 지하상가 경쟁입찰에 최고가를 적어 점포를 싹쓸이하면 소상공인만 밀려난다"고 우려했다.

명동 지하도상가의 모습
명동 지하도상가의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물론 서울시가 우려하는 불법권리금 문제도 무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실제로 강남 지하상가의 경우 A급 입지 점포 권리금은 2억∼3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한때 쇼핑 1번지였던 지하상가가 쇠락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권리금 문제는 일부 강남권 상가에 국한돼 있다는 게 상인들의 주장이다.

정인대 전국지하도상가 상인연합회 이사장은 "지하상가 양도 금지는 대다수 상인의 의견을 배제한 서울시의 행정 편의적 조치"라며 "2015년 5월 개정된 임대차보호법이 권리금을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는데도 감사원·행자부 지적을 모면하기 위한 면피 행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 등이 보유한 공유재산에도 권리금을 인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어서 현재 지하상가 권리금을 인정하는 내용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지난해 말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임차권 양도 허용은 상위 법령 위반이라는 행자부의 유권해석이 있었고, 감사원도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는 지적을 했기에 조례 개정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영상 기사 서울시, 지하상가 점포권리금 전면금지…상인들 반발
서울시, 지하상가 점포권리금 전면금지…상인들 반발

[앵커] 서울시가 을지로, 명동, 강남 등 25개 구역 지하상가 2천700여 곳의 임차권 양수·양도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서울시가 관리하는 지하상가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들은 권리금을 받고 다른 상인에게 가게를 넘겨줄 수 없게 됩니다. 한지이 기자입니다. [기자] 장사를 시작할 상가를 찾아 계약할 때 월세나 보증금 외에 추가로 지급하는 권리금. 기존 점포의 업주에게 시설과 영업권에 대한 보상금의 성격으로 얹어주는 일종의 자릿세입니다. 유동인구가 많은 역세권일수록 권리금이 높은데,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권리금을 얹어주고 영업을 시작한 상인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 같은 권리금은 임대인과 무관하게 임차인과 새 임차인의 합의로 정해지기 때문에, 얼마나 오고 가는지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지하도상가 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 예고하고 임차권을 양도 허용하는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임차권을 양수·양도 할 수 있다는 조항이 불법 권리금을 발생시켜 일종의 '암시장'을 키웠다는 것입니다. 서울시는 이번 달 말까지 조례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시의회 의결을 거쳐 지하상가 임차권 양도를 금지할 계획입니다. 이에 따라 서울의 지하상가 총 25곳, 2천788개의 점포가 영향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지하상가 상인들은 지난 20년 동안 임차권 양수·양도가 잘 이뤄져 왔다며 이 같은 조치에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지하상가 임대차 계약을 5년 단위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양도를 금지한다면 5년안에 가게를 접는 상인들은 권리금도 못받을 뿐더러 위약금까지 물어야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임차권 양도 허용은 상위 법령 위반이라는 행정자치부의 유권해석이 있었다"면서 "감사원도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는 지적을 했기에 조례 개정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연합뉴스TV 한지이입니다. 연합뉴스TV : 02-398-4441(기사문의) 4409(제보), 카톡/라인 jebo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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