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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8천억 지원에…"먹튀 노잣돈" vs "가성비 최고"

송고시간2018-05-1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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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출자전환 3조는 어차피 날릴 돈"

"GM 대출 3.9조 회수 가능" vs "전액 건지지는 못해"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산업은행은 오는 18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와 기본계약서(Framework Agreement)를 맺는다. 올해 안에 한국GM 정상화에 7억5천만달러(8천억원)를 출자하는 내용이다.

이 돈을 놓고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해외자본(GM)이 우리나라에서 지원은 지원대로 누리다가 결국 발을 빼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의 설명은 그 정반대다. 15만6천개의 일자리를 10년 넘게 지켜 '가성비'를 극대화한 협상이라는 것이다.

또 한국GM에 너무 성급하게 지원을 결정했다는 비판, 지원 방식이 GM과 산업은행에 '불평등 조약'이라는 지적, GM에 대한 산업은행의 견제 장치가 부족하다는 우려 등이 제기됐다.

이동걸 회장 등 산업은행 관계자들은 이런 비난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최악의 조건에서 막판까지 숨 막히는 협상을 벌인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 평가절하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GM 지원 발표하는 경제부총리
한국GM 지원 발표하는 경제부총리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 GM 경영정상화를 위해 7조7천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종구 금융위원장,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 경제부총리,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2018.5.10

◇ 산업은행, 8천억원 떼일 가능성은

한국GM의 지분율은 GM이 83%, 산업은행이 17%다. 양측은 이 지분율에 따라 한국GM에 '뉴머니'를 넣기로 했다. GM이 36억달러(3조9천억원), 산업은행이 7억5천만달러(8천억원)다.

산업은행은 8천억원을 한국GM의 시설투자 용도로 출자한다. 출자인 만큼, 이익이 나면 배당을 받는다. 그러나 현재까지 한국GM은 적자기업이다. 출자금을 날릴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런 점을 들어 바른미래당 지상욱 정책위의장은 13일 "GM은 이미 6∼7년 전 한국에서 철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며 "이번 협상으로 우리나라에서 '단물'을 더 빨아먹고, 나중에 튈 때 산업은행이 쏟아부은 혈세 8천억원은 '노잣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걸 회장은 지난 11일 "리스크가 굉장히 크다"며 떼일 가능성은 인정했다. 그러나 현실화하기까지는 '혈세 투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GM도 굉장히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위험 감수)을 하는 거다. 우리도 리스크 테이킹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GM의 '리스크 테이킹'은

그렇다면 이 회장이 언급한 'GM이 감수한 위험'은 뭘까. GM은 지분율에 따른 뉴머니 중 28억달러(3조원)는 대출로, 8억달러(9천억원)는 출자전환 조건부 대출로 투입한다.

대출은 출자보다 우선 변제된다. 이익이 나든, 손해가 나든 이자도 꼬박꼬박 받는다. 산업은행과 GM의 계약서에 28억달러는 'Class A'로, 8억달러는 'Class B'로 표기됐다. "망하면 자산을 누가 먹고 튀느냐. 대출(Class A)이 먼저 먹고 튄다"고 이 회장은 설명했다.

여기까지 GM의 리스크는 사실상 없다. 한국GM을 청산할 경우 자산 처분으로 GM이 먼저 28억달러의 대출금을 회수하기 때문이다. 다만 출자전환될 대출 8억달러(Class B)는 산업은행의 7억5천만달러와 같은 선상이다. 산업은행이 떼이는 만큼 GM도 떼인다.

이 회장은 28억달러의 대출금 회수에 대해서도 "소송채권, 임금채권, 상거래채권이 섞여 있어 모두 회수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 역시 GM의 리스크라는 논리다.

뉴머니와 별도로 기존의 대출금을 출자전환하는 '올드머니' 28억달러(3조원) 역시 GM의 리스크로 볼 수 있지만, 애초 GM 입장에선 자본잠식 상태의 한국GM을 포기하고 철수를 고려했던 만큼 '어차피 날릴 돈'이었다는 견해도 있다.

◇ '먹튀론' 맞서는 '가성비론'

분명한 사실은 GM과 산업은행이 넣는 돈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뉴머니만 놓고 보면 GM은 선순위인 대출, 산업은행은 후순위인 출자다. 먹튀론은 여기서 출발한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이를 '가성비론'으로 반박한다. '혈세(가 될 가능성이 있는)' 8천억원을 투입하더라도 15만6천개의 일자리를 지킨다면 '남는 장사'라는 논리다. 이 회장은 "4인 가구로 치면 수십만명 생계가 달렸다"며 "(협상 내내) 피가 말랐다"고 토로했다.

물론 반박 지점이 없지는 않다. 투입하는 돈은 공적 성격의 자금, 혜택받는 쪽은 외국계 사기업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산업생산, 수출, 고용, 지역경제 등 전방위에 걸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효과가 한국GM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비토권, 지분매각 제한, 3조원 설비투자로 15만6천개의 일자리를 10년 넘게 지킨다고 하지만, 100%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GM이 약속을 어기면 소송으로 푸는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솔직히 10년 뒤 GM 본사가 망할 수도 있지 않나"라고 했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기업 경영과 자동차 시장 여건을 고려하면 '10년 확약'은 고정불변이라기보다는 GM의 장기 경영 의지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정치적 고려 정말 없었나

한국GM 지원의 경제적 타당성과 별개로 정치적 고려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애초 한국GM에 대한 회계법인 실사를 통해 부실 원인을 진단하고 회생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 지원 여부를 정하기로 했지만,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실사 결과도 비공개다.

GM 본사와 한국GM 사이의 부품·완성차 거래 가격인 '이전가격'의 경우 '제삼자 가격(Arms Length Pricing)' 방식, 즉 국제 교역에서 상품·서비스의 시장 가격이 조작됐는지 평가하는 방법으로 따졌을 때 비정상적인 수준이 아니라는 두루뭉술한 판단뿐이다.

90%를 넘는 매출원가율(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서도 똑 부러지는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2022년이 되면 10%포인트 정도 하락해 경쟁사들과 비슷해지고 인건비 절감 효과가 더해져 흑자 전환한다는 것 역시 객관적 실사라기보다는 GM의 '주장'에 가깝다.

여기에 협상의 조기 매듭이 6·13 지방선거를 한 달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는 한국GM 부평공장이 공교롭게도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신임 원내대표의 지역구라는 점도 야권에서 정치적 배경을 의심하는 대목이다.

악수하는 베리 앵글·홍영표
악수하는 베리 앵글·홍영표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14차례 교섭 끝에 한국지엠 노사 임금단체협약이 잠정 합의된 23일 오후 협약에 참여했던 베리 앵글 지엠 해외사업부문 사장(왼쪽)과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2018.4.23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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