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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태풍피해 영덕·울진 복구 하세월…무관심 속 주민만 한숨

송고시간2019-10-0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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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새간 치워 그나마 사람 다닐 수 있지만 한참 더 치워야"

지원 인력·장비 턱없이 부족…도로 가드레일 엿가락처럼 휘어져 방치

부서진 승용차
부서진 승용차

(울진=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8일 경북 울진군 매화면 금매2리에서 태풍 '미탁'으로 흙과 돌무더기에 깔려 부서진 승용차가 길가에 세워져 있다. 2019.10.8

(영덕·울진=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언제 다 치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벌써 태풍 피해가 다 복구된 줄 알고 있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8일 경북 울진군 기성면 망양2리에서 만난 임기열(66)씨는 "5일간 치워서 그나마 사람이 다닐 수 있지만 한참 더 치워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바다와 접한 망양2리는 그동안 태풍 때 너울성 파도가 넘어온 적은 있어도 태풍에 따른 직접 피해는 별로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난 2일과 3일 지나간 태풍 '미탁'으로 온 동네가 쑥대밭이 됐다.

마을을 관통하는 하천에 흙과 돌이 쌓이면서 하천 주변 집으로 물이 넘쳤다.

성인 가슴까지 물이 차서 집 안 가재도구는 다 쓰러지거나 쓸려나갔다.

임씨 집은 담과 벽이 무너지면서 집 안으로 물이 마구 쏟아졌다.

집에서 자고 있던 임씨는 급하게 몸만 추슬러 집 뒷산으로 올라가 대피해 목숨을 건졌다고 했다.

태풍이 지나간 지 5일이 지났지만 아직 복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마을 전체에 흙과 돌이 쌓여 있다가 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형편없기 때문이다.

울진군과 자원봉사단체, 육군 50사단 등은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마을 진입로를 치우고 있으나 제대로 된 길조차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치워도 끝이 없네
치워도 끝이 없네

(울진=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8일 경북 울진군 매화면 금매2리에서 중장비 기사들이 태풍 '미탁'으로 쌓인 흙과 돌더미를 치우고 있다. 2019.10.8

8일 찾아간 울진군 매화면 금매2리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곳 역시 산 위에서 흙과 돌이 쏟아지면서 마을길과 집 마당을 뒤덮었다.

집 담이 무너졌고 배추밭 위로 흙과 돌이 30㎝ 이상 쌓여 외부인은 밭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특히 경차 한 대는 세워둔 곳에서 20여m 아래로 떠내려간 뒤 흙과 돌 속에 파묻혔다.

금매2리에서는 굴착기 3대와 덤프트럭이 끊임없이 마을길에 쌓인 흙과 돌을 밖으로 빼내고 있었다.

마당이 돌로 메워진 한 집은 집주인이 당분간 다른 곳에서 지내는 듯 가재도구가 없고 인적이 없었다.

길가에는 못 쓰게 된 가전제품과 가재도구, 쓰레기 등이 가득했다.

영덕군 병곡면 금곡1리 상황도 심각했다.

하천 옆에 있는 한 집은 아래가 파여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보였다.

이 집은 태풍으로 아래채가 무너져 있었다.

길가에는 쓰레기와 가재도구가 쌓여 있었고 도로 가드레일은 엿가락처럼 휘어 있었다.

집이나 창고로 사용한 듯한 컨테이너는 멀리서부터 떠내려와 길가에 방치돼 있었다.

자원봉사자와 군인 덕분에 길이나 집에 쌓인 흙은 많이 치웠지만 완전한 복구까지는 아직 많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김상용(53)씨는 "8개월짜리 보일러도 다 잠기고 팔기 위해 창고에 넣어놓은 옷 1천100만원어치도 잠겼다"며 "언제 다 복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영덕군 남정면 원척리 7번 국도 옆 경보주유소도 상황은 심각했다.

태풍이 몰고 온 많은 비로 산 위에서 흘러내린 토사와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래 주유소 건물을 덮쳤다.

영덕군은 주유소 안팎에 쌓인 흙을 치우고 있지만 주유소 사무실까지 덮친 콘크리트 구조물을 치우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사라진 길
사라진 길

(울진=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8일 경북 울진군 기성면 망양2리 길에 태풍 '미탁'으로 쓸려 내려온 흙과 농사도구 등이 쌓여 있다. 2019.10.8

위태로운 주택
위태로운 주택

(영덕=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경북 영덕군 병곡면 금곡1리 하천 옆 한 집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위태롭게 서 있다. 오른쪽에 있던 이 집 아래채는 태풍으로 부서졌다. 2019.10.8

흙에 묻힌 주유소
흙에 묻힌 주유소

(영덕=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8일 경북 영덕군 남정면 원척리 7번국도 옆 경보주유소가 태풍 미탁으로 산 위에서 내려온 토사에 묻혀 있다. 2019.10.8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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